[]CKMC X EBS_Guide : 복수하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하려면

법치 국가라면 사적 제재는 금지라는 점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아무리 나쁜 일을 당했어도. 법에 호소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을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 설령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빼앗겼다고 해도 스스로 복수에 나서서도 안 됩니다 법을 대리하지 않는 나만의 정의 구현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억울한 일을 당해본 사람은 아실 테죠. 법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 억울함이란 게 있다는 걸요. 우린. 누구나 억울함 앞에서 아무 손도 쓸 수 없었던 무력함을 살아가면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겨울에 먹기에 시원한 복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범죄물 중에서도 복수물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 속 주인공은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손으로 복수를 실현하는 캐릭터입니다. 보통 이런 복수는 아주 무겁고 가차 없고 때로 잔혹하기까지 하죠. 우린 충분히 빌드업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공이 이런 가치 없는 복수를 하게 되면 독자들이 오히려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주인공은 사이코패스인가 왜 저렇게까지 잔인해 나 복수하지. 왜 저렇게 혼자 화가 났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화가 난 건. 내 머리로는 알겠는데 왜 이렇게 주인공 혼자 길길이 날뛰는 것 같고 나는 좀 왜 이렇게 꺼림찍한 거지. 그쟏 사이코패스 주인공이 마침 잔혹성을 폭발시킬 핑계를 찾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심지어 작가가 이 패스라서 잔인한 장면을 마구 쓰기 위해. 복수를 핑계 삼는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어요.

잔인한 복수를 시원하게 느끼게 만드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여기엔 세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즉 오늘의 이야기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잔혹한 복수를 직접 하는 주인공을 심적으로 지지하게 만드는 법칙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법칙 범죄를 직접 목격하게 합니다. 이때 범죄가 질이 나쁘면 나쁠수록 좋겠죠. 물론 복수를 할 주인공이 피해자와 가족이라든가 그런 직접적인 인간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범죄 순간을 목격하지 않더라도 복수의 동기가 생기긴 할 것입니다. 그런데 범죄를 목격하게 만든다면 이건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어 주겠죠. 왜 <킬빌>에서 오렌 이시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어머니가 침대 위에서 살해당하고 있을 때 바로 그 침대 아래에서 어머니의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을까요. 오랜 이식이라는 잔인하고 강력한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부모가 살해당하는 범죄의 순간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한 것입니다. 게다가 캐릭터가 그것을 목격했다는 설정은 독자들도 바로 그 범죄의 현장으로 초대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잔인한 상황을 굳이 역겨울 정도로 그리듯이 묘사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 충격적인 현장감에 주인공과 독자를 초대하란 얘기입니다. 


출처 : 네이버영화


만약 목격자가 피해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인데. 나중에 복수를 위해서 나선다면 더더욱 범죄를 목격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그냥 전해 듣는 것만으론 좀 부족하죠. 조엘 슈마허 감독의 99년작 <8미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영화도 아니고 그리 잘 만든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말하려는 법칙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좋은 예시가 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사립 탐정 웰즈는 자질구레한 일을 맡아 처리하는 탐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한 부유한 할머니가 8미리 비디오 테이프를 하나 들고 와서 이것의 정체를 알아봐달라고 의뢰를 해요. 그 할머니의 남편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그 비디오 테이프는 남편의 비밀 금고 안에 있었던 것이죠. 아내도 모르는 비밀 금고 속에 돈도 아니고 서류도 아니고 이거 하나 딸랑 있었던 거예요. 

대체 이게 뭘까. 벌써부터 궁금하지 않나요. 그래서 할머니는 이걸 봤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탐정이 물어보겠죠. 그게 뭐예요. 그러니까 할머니는 참아 내가 본 내용을 말할 수 없다면서 탐정 보고 직접 보라고 합니다. 이거 영리한 거죠. 할머니가 내용을 내가 봤더니 이러이러한 거더라고요. 이렇게 설명하면 이런 식으로 대사를 처리하면 이걸 보는 주인공은 자기 가족도 아니기 때문에 복수의 버튼이 잘 눌리지 않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겠죠. 그래서 직접 보게 한 겁니다. 물론 범죄를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본 건 아니지만 비디오를 통해서 주인공과 관객이 현장에 초대된 효과를 얻게 됩니다. 비디오를 틀었을 거 아니에요. 그랬더니 약을 먹은 듯한 10대 소녀가 침대 위에 겁먹은 채 앉아 있고 조금 이따 웬 복면 괴한이 들어와서 소녀를 칼로 난도질해서 죽입니다 내용이 그게 다예요. 대체 이게 진짜 스노프 필름인가 아니면 스노프 필름처럼 연출한 그냥 변태적인 비디오인가 할머니는 궁금하겠죠. 내 남편이 괴물인 걸 알고 싶지 않을 거예요. 주인공과 관객은 비디오를 통해 범죄를 이제 목격했습니다. 이제 현장에 초대됐어요. 이제 우리는 이런 짓을 한 놈에게 분개하게 되고 찾아내고 싶어지고 응징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제 그냥 제3자일 뿐인 탐정 주인공은 범죄를 직접 목격함으로써 남의 사건이 점점 내 사건이 되어가는 빌드업이 되기 시작합니다.(*) 


더 듣기 : 팟빵 <웹소설 창작 특강> #46.복수하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하려면



전혜정 (스토리 연구자, 웹소설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