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MC_Critic]세상이 망하고 나서야 살만해진 사람들의 이야기, <위아더좀비>

출처 : 네이버웹툰


동시대를 살고 있는데 어쩐지 나만 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이 세상의 주인공은 따로 있고 나는 그저 들러리로 존재한다는 기시감이 들어 떨치고 싶지만 점점 사실처럼 되어 갈 때, 나는 이 시대의 낯선 존재가 되어갑니다. 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들은 아마도 계속된 고독에 세상이 리셋 되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위 아 더 좀비>에서는 누군가의 바람 때문에 벌어진 사고는 아닐지라도 좀비들의 출몰로 갑자기 세상이 멈춰버립니다. 서울 한복판에 높게 솟은 쇼핑몰에서 친한 친구가 좀비가 되는 상황을 목격할 정도의 절체절명의 위기가 눈앞에 도사립니다. 이 시대는 그렇게 망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만 제외하고요. 알고 보니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주인공 이외에도 여럿 있었고, 삶을 이어가기 위한 관계를 맺으며 그런대로 살아갑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위기가 오히려 살만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세상은 망했는데 이제야 살만하다니, 그런 사람들에겐 이전 시대의 평화가 장해물이었나 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삶을 택했던 보라 씨의 삶을 엿볼 때 그러한 시각은 확신으로 이어집니다. 안정적인 삶은 얻었지만 반복되는 성실한 일상은 보라씨의 삶을 점점 갉아먹었습니다. 그렇다고 일상을 포기할 용기도 없던 보라 씨는 잠시 쉬었으면 하고 바랐죠. 그때 좀비 사태가 벌어지며 쇼핑몰에 갇혔습니다. 세상이 멈추어야만 본인의 일상도 멈출 수 있던 보라 씨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삶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이죠. 역설적으로 보라 씨는 이전보다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멈추고, 망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슬프지만 이전 시대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보라 씨와 같은 이들은 시대의 도망자일까요? 아니면 시대가 이들을 버린 것일까요? 이들은 그저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는 동시대인입니다. 잠시 쉬어가고 싶어 어둠 속에 숨어 눈에 띄지 않던 동시대인이요. 그들의 삶과 내면의 변화를 덤덤한 개그로 풀어가는 <위 아 더 좀비>는 누군가에게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제공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위안이 되어 줄 것입니다. 세상이 망하고 나서야 살만해진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위 아 더 좀비>입니다.(*)



홍난지 (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