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크릴물감

아크릴 물감은 사용하기가 간편하고 다양한 효과를 표현할 수 있어서 참 재미있는 재료지만 가끔 수채화에 비해 오히려 사용이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우선 워낙 빨리 마르는데다가 마른뒤의 내구성이 탁월한 아크릴 물감 특유의 성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크릴 물감을 붓에 묻혀둔 채로 불과 몇분동안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면 거의 붓을 버려야 할 정도니까요.(물론 용해액은 있습니다만...)

아크릴 물감은 굉장히 보편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꽤 많은 상표의 물감을 화방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었지만 그리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메이커가 있는 것을 보면 아마 꽤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서 제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윈저앤뉴턴표 아크릴 물감이예요.  아크릴 물감은 수채화 물감이나 과슈, 유화 물감 등 다른 재료와 차이가 있는 몇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빨리 마릅니다.

위에서 잠깐 말씀드린것 처럼 아크릴 물감의 속건성은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 히터라도 켜놓은 건조한 실내에선 물감을 짜 둔 파렛트에 분무기를 이용해서 수시로 물을 뿌려주어야 할 만큼 빨리 마릅니다. 단시간에 그림을 그리는데에는 물론 효과적이지만, 저의 경우엔 적응하기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고 느꼈었습니다. 아크릴 물감 역시 섞어서 사용하는 몇가지 보조제가 있는데요, 그중 건조지연제(Retarding Medium)를 섞어서 사용하면 어느 정도 건조되는 시간을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튼튼합니다.

아크릴 물감이 매력적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강력한 내구성을 꼽습니다. 아크릴 물감은 완전히 마르고 나면 왠만한 약품에도 끄떡없는 강한 피막이 형성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중에 커피쯤 쏟는 것은 문제도 안됩니다. 그냥 휴지로 쓱 닦아내면 되죠.^^

이렇다보니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다른 재료들처럼 온도나 햇빛에 의해 황변하거나 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이 피막은 튼튼하면서도 유연성이 있어서 쉽게 갈라지지도 않기 때문에 유화처럼 두텁게 칠해서 표현할 수도 있답니다.

어디든 그릴 수 있습니다.

아크릴 물감은 접착성이 아주 좋기때문에 다양한 소재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가 있습니다. 종이는 물론, 천,나무,돌이나 석고 등 조금이라도 흡수성을 가지고 있는 소재라면 훌륭한 아크릴화의 캔버스가 됩니다.

이런 아크릴 물감의 장점이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붓은 물감이 굳기전에 재빨리 씻어야 합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붓이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못쓰게 됩니다. 그래서 아크릴화를 그릴때엔 파렛트도 일회용 종이 파렛트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일반 파렛트에 아크릴 물감을 녹여 사용하면 마른 물감을 떼어내는 일이 아주 힘들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만큼 조금씩 덜어서 사용하면 마르기 전에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끔 분무기로 파렛트에 물을 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듬뿍 덜어두어 사용하고, 마르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 보관할 수 있는 아크릴 물감 전용 파렛트도 화방에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자꾸 다른 색이 섞이게 되어서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수채화 물감이 물의 양을 조절해서 명도를 조절하는 것과 다르게 아크릴 물감은 혼색을 통해 명도를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도 물에 녹여 사용하는 재료인 만큼, 더하는 물의 양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의 양을 넉넉히 하면 거의 수채화 만큼이나 가볍고 자연스러운 우연의 효과를 볼 수 있고, 물의 양을 적게 해서 덧칠하면 유화처럼 무거운 느낌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어요.

아크릴 물감은 참 여러가지 면에서 기존의 물감들이 가지고 있던 단점들을 보완한 꽤 편리한 재료인 것은 틀림없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