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색연필

색연필은 수채물감과 더불어 가장 흔히 애용되는 재료입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고(물론 종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만) 다루기가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한 번쯤은 사용해보게 됩니다.

색연필의 일반적인(?) 사용법은 연필과 거의 같습니다. 눕히거나 세워서 선을 긋고, 그 선들이 모여 명암이나 색감을 가진 면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말그대로, 색이 있는 연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제 작업실에는 위의 사진과 같은 두가지 종류의 색연필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두 종류 다 국산이 아닌 것은 조금 유감입니다. 왼쪽의 것은 파버 카스텔(Faber Castell)이라는 독일 색연필, 오른쪽의 것은 프리즈마(Prisma)라는 미국  Sanford사의 색연필입니다.

어느 색연필이 더 좋은 것인지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은 파버 카스텔이 조금 더 비쌉니다. 그래도 쓸만하니까 팔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 두가지의 색연필을 나란히 소개하는 이유는 두 종류의 색연필이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색이 조금 다릅니다. 옆 사진의 두가지 색은 각각 '프리즈마'와 '파버 카스텔'의 'Apples Green'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색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같은 이름의 색이지만 종이에 칠했을 때의 색은 확연히 다른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의 색을 실험 해 보았는데 같은 색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실제 색의 차이가 많더라구요. 하지만 제조회사에 따라 같은 이름의 색이 각각 다르거나, 칠했을 때 같아보이는 색이라도 표기된 색의 이름이 다른 것은 색연필 뿐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그리기 재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칠해 둔 색연필 위에 물을 한방울씩 떨어뜨려 보면 두 색연필의 또 다른 차이를 알 수 있는데요,

옆 사진에서 왼쪽의 프리즈마 색연필은 물을 떨어뜨려도 별 변화가 없지만 오른쪽의 파버 카스텔 의 경우는 색연필이 물에 녹아서 번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붓으로 쓱 문질러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이렇게 색연필은 크게 '유성'과 '수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왼쪽의 유성 색연필(여기에서는 프리즈마)은 물에 녹지 않지만 오른쪽의 수성 색연필 (여기서는 파버 카스텔)은 물에 녹습니다. (물론 이것은 만든 회사의 차이가 아니라 성질의 차이니까 각 회사마다 수성과 유성 색연필을 모두 만듭니다) 이처럼 물에 녹는 수성 색연필을 수채색연필이라고도 하더군요.

수채화 느낌을 내는 색연필이라니...그냥 수채물감을 사용하면 될 일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일단 사용방법이 훨씬 간단하다는 장점과 함께 수채물감과는 확연히 다른, 건식과 습식 사이 그 어디쯤의  질감이 분명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