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채물감(1)

수채물감은 안료에 아라비아고무(Gum Arabic), 습윤제 등을 섞어서 만든 물감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투명 수채물감과 과슈와 같은 불투명 수채물감으로 크게 나누죠. 일반적으로말할 때는 투명수채물감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채물감은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루기가 편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처음 채색화를 접할 때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 중 투명 수채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려면 아래 설명처럼 몇가지 필수적인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1) 물감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 따라 주로 사용하고 선호하는 색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라서 '반드시 몇가지 색의 물감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몇가지 예를 찾아보니 데이빗 밀라드(David Millard)라는 작가는 24색, 레오 스타우센버거(Leo Stoutsenberger)라는 작가는 8색에서 12색, 허칭스(La Vere Hutchings)라는 작가는 11색을 각각 자신들이 쓴 책에서 추천했다고 하는군요. 대부분의 물감은 낱색으로 구입할 수 있으니까 저와 같은 비전문가라면 24색에서 32색정도의 세트물감을 준비하고 사용해보면서 차츰 자신의 색을 간추려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국산 수채화물감의 32색 세트는 다음과 같은 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 파렛트

보통 수채물감은 파렛트에 짜두고 말린 다음, 그림을 그릴 때 마다 물로 녹여서 사용하는데요, 사실 그렇게 하면 발색이 좋지 않고 붓도 더 빨리 망가지게 되므로 전문가들은 필요한 색을 그때그때 짜서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 번거로운 일이죠.ㅜㅜ 만약 전문가들의 충고대로 물감을 굳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려면 얇은 스펀지를 물에 적셔 물감을 짜놓은 파렛트 안에 넣어두는 것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장기간은 불가능합니다만.::

파렛트는 자신이 사용하는 색의 수에 따라서 적당한 칸의 것을 사용하면 됩니다. 32색의 물감을 사용할 경우 35칸으로 나뉘어진 파렛트 정도를 사용하면 되겠죠. 참고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아래 이미지는 제 파렛트의 구성입니다. 사용하는 동안 물감이 서로 섞이더라도 큰 일이 나지 않도록, 유사색끼리 배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차마 실제 파렛트를 보여드리진 못하고...^^:: 파렛트의 물감 배치는 특별한 법칙이 있진 않습니다. 각자 사용하기에 편한 것이 가장 좋은 배치죠. 실제로 저는 지금껏 물감의 배치가 완전히 같은 파렛트를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용하면서 느낀, 아래와 같이 몇가지 신경써야할 것은 있어보입니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사색끼리 모아서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붓으로 물감을 풀어가며 사용하는 동안 각 칸의 물감이 조금 섞이더라도 큰 피해(?)를 막아줄 뿐 아니라 필요한 색을 찾기에도 수월할테니까요. 색상 뿐만 아니라 명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칸과 칸 사이에 명도의 변화가 너무 급격한 것 역시, 색상의 경우와 같은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아보입니다.

둘째, 혼색을 위해 함께 사용하는 색을 함께 모아두면 상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합니다. Vandyke Brown과 Ultramarine의 혼색으로 무채색을 만드는 경우는 굉장히 흔한 경우니까 저도 위 이미지 좌측 상단에서처럼 함께 모아두었습니다. 주로 혼색을 통해 사용하는 색이니까 서로 섞이더라도 별 문제가 없고, 작업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됩니다.

셋째, 파렛트에는 비워두는 것이 좋은 몇 칸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35칸 파렛트에 32색의 물감을 배치했으니 세칸의 여유가 생기는데요, 우선 저는 파란색과 녹색 계열을 구분하기 위해서  Peacock Blue와 Hookers Green사이에 한 칸을 띄었습니다. 또 한 칸은 물감끼리 섞이기 쉬운 곳을 비웠습니다. 위의 이미지 우측 아래의 Vermilion과 Yellow Orange의 윗칸이예요. 만약 물감이 있다면 쉽게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을 어렵지않게 상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마지막 한 칸은 파렛트를 접었을 때 물감이 서로 만나는 부분을 비웠습니다. 파렛트를 손에 들고 그림을 그려야할 경우엔 엄지손가락을 올려둘 수도 있어서 유용하더라구요.^^

넷째, 파렛트에 물감을 짤 때는 각 칸의 안쪽부터 깊숙히, 채워넣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하는 동안 칸의 안쪽에 물이 고여서 물감이 마구 풀어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거든요. 물감은 물에 풀어지고 굳기를 반복하면 푸석푸석하게 갈라져 작은 알갱이가 생기는데, 가끔 이 알갱이가 붓에 붙어서 그림에 의도치않은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 물감이 너무 오랫동안 남아있지 않도록 적당한 양을 조금씩 짜두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3) 붓

붓 역시 붓의 모양과 재질, 강도 등에 따라 각양각색의 종류가 있습니다. 이런 붓들은 각각의 다른 용도로 만들어졌구요. 하지만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이렇게 다양한 붓을 모두 구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경우 서너가지 굵기의 둥근붓과 각 한개의 평붓과 칠붓을 가지고 있는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습니다.::

붓 역시 물감과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면서 필요에 따라 하나씩 구입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붓이란 한자루에 수만원씩하는 값비싼 붓(콜린스키라는 동물의 꼬리털로 만든 윈저&뉴턴의 시리즈7의 붓은 백만원쯤이나 한다고 하네요. 이 붓을 만드는데 콜린스키 1000마리의 꼬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ㅠㅠ)이 아니라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가장 적당한 붓이겠죠.